착점권을 부여받는다는 것은 그 자격이 있음을 말한다. 반외석 하나 하나가 제각기 자격을 지니고 있다. 대국 개시와 함께 모든 반외석은 자격을 취득한다. 그리고 순회하는 착점권을 받으면 반상석이 될 수 있다.
다른 시각도 있다. 돌은 색깔 외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착점권이니 하는 권리를 받을 자격 같은 것도 없다. 돌이 반상면에 닿는 순간 그 돌은 반상석이 되며 그로 인하여 빈 점 중의 하나가 색점으로 바뀐다. 바둑알에서 손을 떼는 순간 착점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 닿았을 때 이미 착점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착점은 권리이니만큼 당연히 착점하지 않아도 된다. 권리의 행사는 자유 의지이다. 착점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불착'이라 한다.
행사 여부만이 아니라 착점권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때 그 일방의 대기중이던(자격을 가지고) 모든 반외석은 자격을 상실한다.

백이 착점하고 흑 차례가 되었다 → 백이 패배를 선언했다(권리 거부) → 흑이 1을 착점했다 → 백은 자격을 가진 반외석이 없으므로 착점권을 받을 수 없다 → 순회 불능 → 착점권 소멸 → 착점 종료 → 흑승. 이렇게 하여 흑1을 종착으로 종국이다.


일반의 흔한 실전에서 백이 패배를 자인하여 더 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바로 착점이 종료되고 기보의 마지막 장면을 우도의 형국으로 남기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백의 포기야 어쨌든 흑이 둘 차례이므로 흑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자신에 국한한 것이지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흑돌이 먼저 놓이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에 여지가 없으며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는 일이다. “흑백”, “음양” 이런 말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흑돌이 먼저 놓이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실제로도 빛이 있어야 밝은 것이니 빛이 생기기 전이 본바탕이지 않은가. 어둠(暗)과 陰을 대표하는 색은 黑과 靑이고 밝음(明)과 陽을 대표하는 색은 白과 赤이다. 흑에게 먼저 착점권이 주어지고 흑의 선착으로 시작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전통의 답습 그대로여도 이상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니다.

흑은 물론 일국의 첫착도 불착할 수 있지만 선착점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특수성이 있다.
백이 선착한다는 것은 조항에 위배되니 권리 행사의 기회가 주어질 수 없다. 착점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흑이 불착한 시점에 순회불능, 착점권 소멸, 종료다. 설사 멋모르고 백돌을 놓더라도 착점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이미 흑 패배로 끝난 시점이므로 백이 반칙한 것으로 적용되지도 않는다.

착점권이 넘어갔다고 가정해보자. 백이 첫착을 놓으면 반칙패다. 그래서 백도 불착했다치자. 하면 종료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제6조제1항에서 말하는 동일한 국면이 아니다. 돌이 없는 빈판이라 득점 상관의 형성이 없음이다. 국면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이다. 둔 것이 없으니 종료할 것도 없다. 흑백 둘 다 바둑을 두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나 대국이 취소되어 무산된 것과는 다르다. 둘 다 기권한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취급되면 양자패다. 그러니 착점권이 넘어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백은 첫 착점을 불착해도 규정에 아무런 위배됨이 없다. 착점권은 순회한다. 착점권은 흑에게 넘어가고 흑은 또 착점할 수 있다. 흑이 불착한다면 물론 여기서 종료다. 백의 착점이 없으므로 대국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고 권리 행사를 한 바가 전혀 없으니 기권패다.

우도는 백이 불착하다 착점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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